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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아는 어디서 만들어 졌을까
    cosmic flow 2026. 2. 4. 10:11

     

    우리는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운다.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야 한다고.
    틀린 답은 고쳐야 하고, 부족한 점은 채워야 하며,

    실수는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 말들은 틀리지 않다.
    하지만 이 문장들이 삶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한 가지를 놓친다.
    문제를 해결하는 ‘나’가 곧 나의 가치라는 믿음

    아주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는 질문보다 정답이 중요했고,
    사회에서는 과정보다 결과가 평가되었으며,
    관계 속에서도 “왜 그랬어?”라는 말은 늘 원인과 해결책을 요구했다.
    그렇게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나’보다
    ‘잘 작동하는 나’가 되어가는 법을 배웠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분명 필요하다.
    문제는 그 능력이 정체성이 되어버릴 때 생긴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문제 앞에서 쉬는 법을 잊어버렸다.
    무언가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곧바로 원인을 찾았고,
    관계가 어긋나면 누가 잘못했는지 분석했다.
    불안은 다뤄야 할 대상이었고, 슬픔은 극복해야 할 상태였다.

    이때 자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아는 말한다.
    “이건 해결해야 해.”
    “이대로 두면 안 돼.”
    “더 나아져야 해.”

    이 목소리는 처음에는 보호처럼 느껴진다.
    혼란 속에서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같고,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나를 붙잡아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자아의 말에 의심 없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문제를 하나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조금 안정되었다 싶으면, 더 큰 불안이 고개를 든다.
    삶은 점점 ‘정리해야 할 대상’이 되고,
    나는 늘 무언가를 따라잡아야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쯤에서 질문이 필요하다.
    정말 삶에는 이렇게 많은 문제가 있는 걸까?
    아니면, 문제를 찾아내는 시선이 나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걸까?

     

     

    명상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 질문을 진지하게 마주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으니,
    문제가 더 많이 떠올랐다.
    해야 할 일, 해결되지 않은 감정, 미래에 대한 걱정.
    자아는 가만히 있지 못했다.

    그때 깨달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아는
    삶을 괴롭히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불확실함을 견디지 못해 만들어진 구조라는 사실을.

    자아는 모른다는 상태를 두려워한다.
    느껴지지만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
    결론 나지 않은 관계,
    방향 없는 시간.
    이 모든 것을 견디기보다, 자아는 문제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야 해결할 수 있으니까.

     

     

     

     

    문제가 되는 순간, 자아는 다시 중심에 선다.
    판단하고, 분석하고, 선택하는 ‘나’.
    그 역할을 수행하는 동안만큼은
    불확실함 속에 던져진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를 통제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안정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통제는 늘 조건부이기 때문이다.
    예상과 다르게 일이 흘러가면 자아는 다시 긴장하고,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더 크게 흔들린다.

    그래서 삶은 점점 버거워진다.
    문제는 줄어들지 않고,
    해결해야 할 나만 더 지쳐간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전환이 일어난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아를 없애려는 시도는 또 다른 문제 해결이 된다.
    자아를 고치려 들수록, 자아는 더 교묘해진다.

    명상에서 배운 건 아주 단순했다.
    자아를 없애려 하지 말고,
    자아가 작동하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

    “아, 지금 또 해결하려고 하는구나.”
    “지금 이 감정을 문제로 만들고 있구나.”

    그 알아차림 속에서는
    자아도, 문제도 잠시 힘을 잃는다.
    해결하지 않아도 삶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경험이
    아주 작은 틈처럼 생긴다.

    그 틈에서 나는 처음으로 쉬었다.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상태로,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채로,
    그냥 존재해도 괜찮다는 감각을.

     

     

     

    그때 알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아는
    나의 본질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배운 방식이라는 것을.

    배운 것은 내려놓을 수 있다.
    완전히 버리지 않아도 된다.
    필요할 때만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내려둘 수 있다.

    삶은 여전히 문제를 던진다.
    하지만 그 모든 것에 즉각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의 밀도는 완전히 달라진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아는 나를 지켜주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내려놓아도 괜찮은 오래된 습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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