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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를 내려놓을 때 비로소 삶의 방향이 제자리를 찾는다cosmic flow 2026. 2. 5. 01:12
나는 오랫동안 통제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통제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통제는 나에게 성실함이었고, 책임감이었으며,어른스러움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계획을 세우고, 변수를 줄이고,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삶을 두는 것.
그렇게 살면 적어도 무너지지는 않을 거라 믿었다.오히려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때의 나를 채찍질하고 다그치며
삶을 완벽히 통제하는 사람들을 닮으려 노력했다.

통제는 처음엔 나를 안정시켜 주었다.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감정을 다스리고,관계에서도 중심을 잡게 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더 잘 통제하려고 애썼다.
더 꼼꼼하게, 더 정확하게, 더 완벽하게.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통제를 강화할수록 마음은 점점 바빠졌고,
삶은 오히려 더 자주 어그러졌다.
예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불안이 크게 올라왔고,
계획이 틀어지면 그 하루 전체가 망가진 것처럼 느껴졌다.그때 깨닫지 못했던 건,
통제는 안정이 아니라 조건부 평온이라는 사실이었다.
모든 것이 내 예상대로 흘러갈 때만 유지되는 평온.
삶이 한 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무너지는 상태.통제는 늘 미래를 전제로 한다.
‘이렇게 하면 괜찮아질 거야’
‘이 정도면 안전할 거야’
하지만 삶은 늘 현재에서만 일어난다.
그 간극에서 마음은 계속 긴장한다.명상을 하며 가장 불편했던 순간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으면,
통제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들이 그대로 올라왔다.
불안, 초조, 해야 할 일에 대한 압박.
자아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계속 개입하려 했다.“이 생각은 정리해야 해.”
“이 감정은 의미를 파악해야 해.”
“이 상태로 있으면 안 돼.”
하지만 어느 날, 아주 작은 실험을 해보았다.
정리하지 않고, 다스리지 않고,
그냥 그대로 두는 것.
생각이 흘러가도록, 감정이 머물도록.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삶이 무너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통제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통제를 내려놓는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었다.
포기하거나 방치하는 것도 아니었다.
불필요한 개입을 멈추는 것에 가까웠다.통제하려는 마음은 늘 한 발 앞서 있다.
아직 오지 않은 상황을 대비하고,
일어나지 않은 실패를 미리 막으려 한다.
그 과정에서 현재는 늘 긴장 상태에 놓인다.통제를 줄이자, 현재가 살아났다.
지금 해야 할 일과
굳이 지금 하지 않아도 될 일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즉각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은
생각보다 큰 여유를 만들었다.
삶이 정리되기 시작했다는 건,
문제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다만, 삶과 싸우는 힘이 빠졌다는 의미였다.통제는 늘 저항을 동반한다.
이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
이 상태면 안 되는데 그렇지 않을 때.
그 저항이 멈추자,
삶은 더 이상 나를 밀어내지 않았다.아이러니하게도,
통제를 내려놓자 선택은 더 명확해졌다.
해야 할 일은 또렷해졌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모든 걸 쥐고 있을 때보다,
손을 조금 놓았을 때 방향이 보였다.삶은 원래 흐른다.
통제는 그 흐름 위에 세운 인위적인 둑이다.
둑이 있을 때는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더 큰 혼란이 생긴다.둑을 허물자,
물은 제 길을 찾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억지스럽지 않게.지금도 나는 여전히 통제하고 싶어진다.
불안이 올라오면 예전의 습관은 자동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통제하지 않아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그 믿음 하나만으로도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덜 복잡해졌다.삶은 통제될 때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저항이 멈출 때 비로소 제 흐름을 되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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